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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용상교수님의 컬럼 조회수 : 1,707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6-10-06 17:06:35


어느 시대이건 세상이 늘 편안할 때가 있었을까 만은 요즈음의 혼란은 그 정도가 심해 국가존망을 걱정할 정도이다. 경제침체에 따른 각종 폐해들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나면서 사회분열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조선업의 불황여파에 더해 해운물류대란으로 국제교역시장에서 한국의 신뢰가 침몰하고 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북한 핵문제와 사드배치에 따른 국론분열과 주변국가와의 외교적 마찰은 역사상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 게다가 경주지방을 중심으로 한 지진에 따른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민심은 흉흉하다.

태풍이 몰려 올 때 질서정연하게 체계적으로 오는 경우란 없다. 천둥, 번개, 비바람, 높은 파고가 뒤엉켜 몰려오듯이 위기는 크고 작은 다양한 난제가 뒤엉켜서 다가온다. 경제의 성장판이 멈춘 상태에서, 기업의 파산과 실직, 가계부채와 정부부채의 폭증, 소비심리의 실종, 자영업과 골목시장의 절멸 등 연쇄적으로 부정적 현상이 몰려오고 있다. 남북관계가 꼬일 대로 꼬여서 이제는 풀 수도 없을 만치 경색된 상태에서 주변국의 이해관계와 연동되어 그야말로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우리는 골병이 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대외정책이 충돌하면서 지정학적으로 고약한 입장에 처한 우리나라는 가히 노도에 일엽편주처럼 위험천만의 외교항해를 하고 있다. 경제도 주변정세도 악화된 상태에서 민심은 흉흉하고, 정치권은 무기력하며, 사회의 불신과 불통, 부조리와 부패는 심각한 사회양극화와 함께 사회발전에 역행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혼란이 극심한 상태에서 어느 것부터 먼저 손을 써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서는, 원칙에 충실하고 기본에 충실하며, 통섭적 시각에서 사안의 중요성을 파악하되,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해 강력한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절대다수의 선량한 시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부정과 부패를 척결하고 법이 공평하게 적용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서로 남을 탓하며 손가락질을 하는 것 보다는 일단 불을 꺼놓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지혜가 필요하다.

등교하던 어린 아이가 물가에서 놀다가 깊은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지나가던 어른이 그 아이를 보고 “왜 학교로 바로 가지 않고 놀다가 물에 빠졌는가? 누구의 자식인가? 선생님이 그렇게 가르쳤는가?” 라면서 훈계를 하다가 보니 그 아이는 물속에 가라앉아 숨을 거두었다면, 과연 그 어른의 훈계는 교육적이며 타당 했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아이를 건져서 살려 놓고 훈계를 하는 게 옳은 교육방법이 아닐까. 회사의 임원이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칠 염려가 있을 경우 주주는 일정요건을 갖추어 회사를 대신해 회사의 이익보호를 위해 그 임원의 행위를 멈추게 하는 권리를 법은 부여하고 있다. 그것을 유지청구권(injunction)이라 한다.

현재의 국가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되 통섭적 방법론을 동원해 급한 불부터 꺼야 하며, 그러한 실천을 할 수 있는 강한 힘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국가위기의 원인이랄 수 있는 몇 가지 현안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북한 핵과 사드배치의 문제이다. 양자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사드배치는 논의의 실익이 전무하다. 북핵문제는 전문가들의 백가쟁명식 해결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한국이 주도적으로 그 해결의 열쇠를 쥐어야 한다. 주변강대국에게 구걸하는 식은 안 된다. 한국이 북한을 향해, 미국을 향해, 중국을 향해 적극적으로 북한의 핵무장을 해제하고 미·중·북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협상테이블을 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을 통일의 동반자로서 그 존재를 인정하며 상호신뢰를 쌓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내 놓아야 한다. 남북상생과 통일을 위한 주체는 남북한이지 미·중·일·러가 아니다. 이러한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토대는 바로 한국사회의 통일된 목소리이고 남북한의 통합된 힘이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역량의 구축이다. 남북한이 서로를 부인하며 적대시하는데 주변국이 무엇이 예쁘다고 한반도의 통일을 지원해 주려 할 것인가. 서로 미워하는 형제에게 동네 사람들이 도움을 줄 리도 두려워 할 리도 없다. 형제가 똘똘 뭉치면 누구도 두렵지 않다.

문제는 북한을 개혁개방의 길로 인도하는 일인데, 이것은 완력으로 될 일이 아니다. 그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되 그들에게 덕이 되고 득이 되는 한국의 지원과 이해가 필요하다. 그들에게 겁을 줄 것이 아니라 법을 주고, 제도를 주고, 개혁개방의 열쇠를 주는 것이 현명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이 북한을 위해 미·중·일·러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한데, 그것은 강력한 국민대통합의 힘이다. 베트남이 중국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스라엘이 아랍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강력한 내부의 단합된 힘이 있기 때문이다. 남남이 하나 돼야 북한이 남한을 신뢰하게 되고, 남북한이 강력한 하나 됨의 힘을 가져야 동북아지역공동체의 상수가 되고, 이 지역의 균형자적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남남통합·남북통합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한국은 인류역사상 최고의 고도성장·압축성장의 성공신화를 이룬 경험이 있다. 현재의 경제불황을 일으켜 세워 다시 한 번 한강의 기적, 성장의 르네상스를 열기 위해서는 한국경제의 현재를 명확히 진단하고, 미래의 통일한국경제를 그랜드 디자인해, 남북한이 윈윈할 수 있도록 양쪽의 특장을 조합해 하나의 경제단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우선 남한에서부터 실천해야 한다. 단언컨대 느슨한 광의의 통일(교류협력이 자유로운 수준)만이라도 되면 현재 남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적·사회적 난제가 일거에 해결될 것이다. 남북한이 경제적 통합이라도 이루기만 한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경제적 질곡을 결코 겪지 않을 것이다. 남북한의 작은 경제적 통합만이라도 이루어진다면 남북한은 지구상에 가장 멋진 강국이 될 것이다. 남북한이 단순히 DMZ의 철조망을 걷어 내는 통일에 더해 함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주역이 되어 동북아지역은 물론이고 유라시아의 경제통합을 위한 선봉이 될 것이다. 위기는 기회이다. 주변국이 북핵을 걷게 분위기를 조성하고, 남북한이 머리를 맞대고 유라시아의 주역이 된다면 한반도는 가히 경제도 정치도 문화도 G3가 되지 않을까?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각기 따로 놀면 이건 파멸이다. 정치, 경제, 국방, 외교, 문화, 사회가 신경망처럼 섬세하게 얽혀 돌아가므로 우선순위에 따라 융복합적 접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도모해야 한다. 강력한 국력이 없이 외교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강한 국방력과 경제력이 있어야 외교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 강한 힘이 평화도 경제도 담보할 수 있다. 이러한 힘의 원천은 통섭과 통합이다. 남남통합에 이어 남북통합을 위한 기반조성을 위해 우선 남한사회의 제도적·정서적·문화적 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다문화주의·다인종주의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정치도 외교도 안보도 경제도, 때로는 진보적 시각으로 때로는 보수적 시각으로 재단할 수도 있고, 또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어느 한 쪽의 비중이 우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 날과 같은 위기의 비상시국에서는 도산 안창호선생의 대공주의 정신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사분오열된 독립운동가(단체)의 분열 앞에서, 일단 조국독립의 그 날까지 다양한 이념이나 사상 간의 갈등을 접고 힘을 다해 독립을 쟁취하자. 그 후에 서로의 다름을 논하자는 도산의 절규를 명심할 때이다. 북핵문제, 사드문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는 가능하나 적대감으로 상호비난하는 것은 자제하자.

청년실업, 해상물류대란, 국가부채·가계부채위기 등 경제난국의 해법을 찾음에서 백가쟁명도 좋으나, 결론은 통합정신을 살려서 일단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보자. 목숨을 구한 다음에 책임을 묻자. 매우 엄하게 책임을 묻자. 우리의 운명을 강대국에 맡기면 멸문하고 만다는 것은 역사적 교훈이다. 감추어진 강대국의 제국주의적 본성을 꿰뚫어야한다. 남북한이 형제애로 똘똘 뭉치면 이웃 동네 힘 센 형도 우릴 맘대로 못한다. 국익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자. 남남통합에 이은 남북통합으로 한반도를 지키자. 남북통합으로 유라시아의 균형자가 되자!

정용상 前 동국대 법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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